그 순간 두 사람의 표정이 제법 어두워졌으니 신경 쓰지 않았다.

이제 중요한 건 저들과 분명한 위계를 정리하는 것이다. 여태껏 지내온 질서와는 분명하게 달라야 한다. 어설프게 관계를 정립한다면 반드시 탈이 난다. 기회를 내릴 때 저들이 진심 어린 감사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기회를 주지 않을 때는 더욱 간절함을 가지게 해야 하며, 더 공손해질 것을 암묵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해서 윤석은 기대가 넘쳤던 두 사람의 시선을 매몰차게 외면한 것이다.

그러는 사이 투표가 종결됐고 출구조사가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시당을 가득 메울 만큼 많은 인파로 소란스러웠지만, 순식간에 고요함을 담은 긴장감이 사방을 에웠다. 모든 사람의 시선에 출구조사를 전해줄 화면으로 쏠렸다.

윤석은 웃음기를 거두고 예기가 넘치는 눈빛으로 화면을 주시했다.

출구조사를 알리는 숫자가 나타났다. 숫자가 바뀔수록 고요한 긴장감의 무게감이 커졌다. 그 순간은 무척이나 짧았고 마침내

서울, 인천, 경기, 충북, 충남, 대전, 전북, 전남, 광주, 경남, 부산, 울산, 경북, 대구, 강원, 제주.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의 승부.

그 결과가 나왔다.

조금 전과는 다른 침묵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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